[체험]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운동연구실 생명체의 움직임을 재현한다!

독자탐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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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반지의 제왕>에 등장하는 골룸과 영화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의 주인공 시저의 공통점은 뭘까?
바로 둘 다 컴퓨터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한 가상의 캐릭터라는 점이다. 대체 골룸과 시저 같은 가상 캐릭터는 어떻게 사람이 원하는 대로 움직일까?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수학동아 독자기자들이 직접 연구실 탐방에 나섰다.

생명체의 움직임을 연구하는 학문!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게 될 것이다!”

영화 <매트릭스>를 홍보하던 광고 문구다. 어느덧 우리는 마음껏 상상하고, 상상 그 이상의 가상현실이 눈앞에 펼쳐지는 세상에 살고 있다. 컴퓨터 그래픽 기술의 발달로 ‘골룸’이 사람처럼 말하고 자유자재로 움직인다.

이처럼 영화나 컴퓨터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가상의 캐릭터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연스러움’이다. 실제 사람처럼 말하고 걷고 움직이는 게 자연스러울 때 사람들이 거부감 없이 작품에 몰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 가상 캐릭터가 최대한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움직일 수 있도록 ‘인체운동학’을 연구하는 팀이 있다. 바로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이제희 교수 연구팀이다. 독자기자들이 인체운동학과 컴퓨터 애니메이션의 관계를 직접 물어봤다.

강민정 : ‘인체운동학’은 조금 생소한 학문인데요, 간단히 소개해 주세요.

이제희 교수 : 인체운동학이란 간단히 말해 사람과 동물의 움직임을 컴퓨터로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사람의 경우 움직임을 결정하는 많은 요소들이 있어요. 예를 들어 무게와 힘과 같은 물리적 요소는 물론 뼈, 근육, 신경, 힘줄과 같은 생리적 요소, 그리고 기분과 같은 정신적 요소가 있죠. 인체운동학은 이렇게 굉장히 많은 요소들을 하나씩 고려하면서, 사람이 어떤 원리로 움직이는지를 연구하고 이를 컴퓨터로 재현해내는 방법을 공부하는 분야예요.

이관욱 : ‘컴퓨터 애니메이션’이라고 하면 <아바타>나 <슈렉>과 같은 영화를 떠올리게 돼요. 교수님이 연구하시는 컴퓨터 애니메이션이란 어떤 것을 말하나요?

이제희 교수 : 저희가 연구하는 컴퓨터 애니메이션이란 생명체의 움직임을 컴퓨터상에 재현하고, 사용자가 명령하는 대로 움직이도록 만드는 걸 말해요. 이를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운동에 대한 기본 데이터를 컴퓨터에 저장해야 해요. 그래야 변수를 조금씩 변화시키면서 캐릭터를 원하는 대로 움직이게 할 수 있거든요.
컴퓨터 애니메이션 연구에는 크게 두 가지 요소가 중요해요. 첫째는 현실에 대한 정확한 관찰과 이해입니다. 사람이 움직이는 방식과 원리, 인과관계를 이해하고 수학적으로 모델링하면 실제 사람과 비슷하게 행동하는 가상의 캐릭터를 만들어 낼 수 있죠. 여기에 개인의 상상력을 덧붙이면 단순한 사람을 흉내낸 가상의 캐릭터가 아닌 골룸과 같은 새로운 생명체가 탄생하기도 해요. 따라서 컴퓨터 애니메이션 연구는 현실과 상상력을 합쳐 컴퓨터로 재현하는 분야라고 볼 수 있죠.

컴퓨터 애니메이션, 어디에 쓰일까?

컴퓨터 애니메이션 기술의 발달은 큰 위험 때문에 실제 촬영하기 어려운 스턴트맨에게도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높은 곳에서 떨어지고, 불이 나는 장면 등은 촬영에서 실수가 생기면 사람이 크게 다칠 수 있다. 그런데 컴퓨터 애니메이션을 이용하면 미리 움직임의 거리와 각도 등을 시뮬레이션해 보면서 가장 안전한 동선을 찾을 수 있다. 또한 화산이나 극지, 심해 등 실제로 촬영이 어려운 장면을 가상의 공간으로 재현하고 영상으로 만들 수도 있다.

이를 위해서는 두 발로 걷고, 뛰고, 구르는 등 다양한 인체의 움직임을 컴퓨터로 재현하는 기술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서 컴퓨터 그래픽스와 로보틱스 분야의 많은 과학자들이 이를 연구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로봇이 사람처럼 완벽하게 걷지는 못하는 게 현실이다.

그런데 지난 2007년에 이제희 교수는 컴퓨터 애니메이션으로 ‘사람처럼 걷는 것’을 구현해 내는 난제의 실마리를 찾아내 여러 편의 논문으로 발표했다.

“사람의 움직임은 특정한 하나의 방정식으론 설명하기 어려워요. 그래서 우리는 실험 데이터를 적극 활용했어요. 실험 데이터를 모으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에서 모션캡처를 이용했어요. 모션캡처란 사람 또는 동물의 몸에 마커라는 특수 센서를 달아 그 움직임을 컴퓨터 속에 저장하는 기술을 말해요.

우리는 모션캡처를 이용해 실제 사람의 움직임을 컴퓨터 데이터로 만들어 방정식의 한계를 보완했답니다. 이론과 실험 데이터를 융합하는 방식을 이용한 거죠.”

현실에서는?

#1
올 가을 개봉을 앞둔 새로운 액션 영화에는 주인공이 계단을 굴러떨어지다가 어떤 폭발물에 의해 멀리 날아가는 위험한 장면이 포함되어 있다. 지금까지 이런 장면은 스턴트맨이 연기를 대신해 왔지만, 이번 장면은 위험도가 높아 스턴트맨도 난색을 표하고 있다.

#2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 휴보는 사람과 같이 두 발로 걷거나 뛰고, 계단을 오르기도 한다. 그러나 휴보는 무릎을 굽힌 자세로 엉거주춤 걷는 것이 한계다.

#3 어릴 때 소아마비를 앓았던 건강해 씨. 건강해 씨는 발목의 골격이 일부 뒤틀려 정상적인 보행이 불가능하다. 이런 경우 아킬레스건의 길이를 연장해 발목을 인위적으로 굽힐 수 있도록 외과 수술이 필요하다. 하지만 위험부담이 커서 환자가 수술을 망설이고 있다.

모션캡처, 직접 체험하기!

독자기자들은 운동연구실 내부에 설치돼 있는 모션캡처 오픈 스튜디오에서 직접 모션캡처를 체험해 보았다. 모션캡처를 위해서는 마커를 적절한 위치에 붙이는 것이 중요한데, 이를 위해서 고가의 특수 의상을 입어야 한다. 이 의상은 사람의 움직임을 자세하기 묘사하기 위해 몸 전체에 착 달라붙도록 되어 있다. 또한 모션캡처는 뼈의 움직임을 데이터화하는 작업이어서 마커를 뼈 가장 가까이에 붙여야 정확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 그래서 주로 살이 많이 없고 관절의 움직임이 적은 쇄골이나 팔꿈치와 같은 딱딱한 부위에 붙인다.

이렇게 의상 준비가 끝나면 촬영할 공간을 설정해 주어야 한다. 연구원이 허공에 가상의 육면체를 그리면 컴퓨터에는 공간 좌표가 나타난다. 미리 컴퓨터에 공간의 규모나 좌표를 설정할 수 있는 알고리즘이 짜여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공간이 정해지면 적당한 위치를 원점으로 정하면 된다.

독자기자들은 특수 의상을 입고 마커 30여 개를 몸 전체에 붙인 뒤, 스튜디오 위에서 공놀이 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이 장면은 30여 대의 특수카메라에 의해 촬영됐다. 그러자 공놀이 하는 두 사람의 정보가 컴퓨터에 입력되고 움직임이 저장되었다. 만약 이러한 움직임에 골룸과 슈렉을 입히는 작업을 진행하면, 골룸과 슈렉이 공놀이 하는 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할 수 있다.

“이처럼 컴퓨터 애니메이션과 인체 동작 시뮬레이션 기술의 가장 큰 장점은 현실에서 불가능한 상상 속의 일들이 눈앞에서 펼쳐진다는 거예요. 골룸과 슈렉이 한 공간에서 공놀이를 할 수 있는 것처럼요. 이렇게 만들어진 가상 캐릭터는 얼마든지 변형이 가능해요. 골룸의 키나 팔다리 길이를 더 늘일 수도 있고, 슈렉의 힘을 더 세게 만들 수도 있어요.”

컴퓨터 애니메이션을 이용하면?

#1
스턴트맨의 동선을 컴퓨터상에서 여러 번 예행연습해 볼 수 있다.
#2 로봇의 움직임을 사람과 비슷하게 만들기 위해, 실제 사람의 동작을 녹화하고 이를 로봇이 재현할 수 있게 한다.
#3 건강해 씨의 수술 전 움직임을 녹화해서 컴퓨터 애니메이션으로 만들 수 있다. 이를 이용하면 수술 후 걷는 동작을 예측해 볼 수 있다.

Σ 진로정보
세상을 바꾸는 기술, 생체운동 분석 연구!


생체운동 분석 연구는 지금까지 살펴본 컴퓨터 애니메이션과 인체 동작 시뮬레이션 기술을 주로 이용해 진행한다. 이 분야의 전문가가 되려면 어떤 능력을 갖추는 게 좋을까? 이제희 교수님과 운동연구실 연구원들에게 직접 물어봤다.

★생체운동 분석 전문가가 갖추면 좋은 능력은?

생체운동 분석 전문가는 사물의 움직임을 살펴보는 관찰력과 그 원리를 생각하는 논리적 사고력이 필요하다. 또한 새로운 움직임을 구현하려는 도전정신과 집중력도 기본적인 소양이다. 여기에 수학능력과 문제해결능력을 비롯해 호기심과 끈기, 창의력 등이 더해지면 더 훌륭한 전문가가 될 수 있다.
특히 생체운동 분석 분야는 최근 영화와 같은 예술 분야 외에도 의료 분야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따라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원활한 소통을 할 수 있는 의사소통 능력도 필수다.

★생체운동 분석 연구의 전망

생체운동 분석 연구는 놀라운 속도로 발전해가고 있는 분야다. 로보틱스나 컴퓨터 그래픽 분야는 물론, 응용 분야인 의학, 영화, 예술계에서도 활약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이제희 교수 연구팀은 분당 서울대학교 병원 의료진과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정형외과에서 진행하는 수술을 시뮬레이션해서, 수술 후 경과를 미리 알아보는 데 활용하기 위해서다.
한편 애니메이션 주인공들과 휴머노이드 로봇들도 생체운동 분석 연구 덕분에 더욱 발전하고 있다. 모션캡처를 좀 더 보완해서 사람의 표정이나 눈동자, 모공 등 사람의 섬세한 움직임까지 가상 캐릭터에 표현하는 기술인 ‘이모션캡처’가 발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가상의 캐릭터가 사람과 같은 자연스러운 움직임은 물론, 분위기와 스타일 등 감성적 요소까지 섬세한 연기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생체운동 분석 연구는 가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하게 쓰일 것으로 기대된다.

글 : 염지현 기자 ginny@donga.com
도움 : 이제희 교수
도움 : 원정담 박사과정
사진 : JINI
사진 :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운동연구실(MRL)
사진 : 포토파크닷컴
기타 : 강민정
기타 : 이관욱
수학동아 2014년 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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