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나면 깜짝 놀랄걸? 아주 사소한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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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두루마리 휴지가 정말 좋아. 휴지를 잡아당기면 팽그르르~ 풀리는 것도, 손에 둘둘~ 감는 것도 다 재밌거든! 자~, 이제 볼일도 끝났으니 휴지를 풀어 볼까? 둘둘둘…, 어? 근데 무슨 소리지? 신나게 휴지를 풀고 있는데 갑자기 정체 모를 소리가 들려왔어.
“엥~! 휴지를 그렇게 많이 쓰면 어떡해? 게다가 휴지를 걸어놓는 방법도 틀렸잖아!”
눈에 보이지 않는 누군가가 나에게 잔소리를 퍼붓다니…! 넌 대체 누구니?

두루마리 휴지 거는 방향은 위? 아래?

엥~! 난 초파리 요정 ‘사소’라고 해! 사람들이 사소하게 여기는 것들이 얼마나 중요한지 과학적으로 알려 주는 요정이야. 이것도 사소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 두루마리 휴지 잘못 걸려 있어!

124년 전 두루마리 휴지 특허문서 공개!


휴지가 없던 과거에는 화장실에서 용변을 본 뒤 종이나 천 조각, 지푸라기 등을 이용해 닦았어요. 그러다 1891년 미국의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세스 휠러가 얇고 긴 종이에 일정한 간격으로 일렬로 구멍을 뚫은 뒤, 이를 돌돌 말아서 휴지를 만들었어요. 덕분에 지금 우리는 화장실에 휴지를 걸어놓고 원하는 만큼 풀어서 손쉽게 끊어 쓸 수 있게 되었지요.

그런데 올해 3월 세스 휠러의 두루마리 휴지 특허문서가 최초로 공개됐어요. 문서에는 휴지 끝이 위로 올라오게 그려져 있었어요. 이 그림이 공개되면서 두루마리 휴지를 거는 방법에 대한 해답이 풀렸어요. 그 전에는 두루마리 휴지 끝이 위로 오게 걸지, 아래로 가게 걸지 의견이 분분했거든요.

그 중 가장 과학적인 주장은 휴지 끝이 위로 올라오게 걸면 아껴 쓸 수 있다는 거예요. 왜 그럴까요?

휴지는 대부분 사람 눈높이보다 아래에 걸려 있어요. 그래서 휴지 끝이 안쪽에 있으면 두루마리 휴지에 가려져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이 많이 생겨요. 따라서 필요한 양보다 더 풀어서 쓰게 되지요. 실제로 2010년 환경부에서 주최한 ‘넛지 공모전’에서는 휴지 아끼는 방법이 우수 아이디어로 선정됐어요. 휴지 끝이 위에 있을 때보다 아래에 있을 때 한 번에 6칸 더 쓰게 된다는 실험결과를 바탕으로 한 거였죠.

세스 휠러의 특허문서에 이런 과학적인 원리가 담겨 있었다니, 정말 놀랍죠?
 

하루 종일 생물만 들여다보는 이유는?

두루마리 휴지뿐만 아니라 사소한 생물이나 무심코 하는 습관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엄청난 과학 원리를 찾을 수 있어! 먼저 만나 볼 주인공은 바로 나, 몸길이 5mm의 초파리야! 엥~!

1초에 7500번 초파리 사진 찍는 실험실


약 20년 동안 초파리가 나는 모습을 연구한 사람이 있어요. 바로 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학교 생물학 및 생물공학과의 마이클 디킨슨 교수예요. 디킨슨 교수 연구팀은 원통 모양의 실험 상자 안에 초파리 40~50마리를 넣었어요. 그리고 원통의 가운데에서 두 개의 빛이 교차하도록 레이저빔을 설치한 다음, 초파리가 그 지점을 지나면 그림자가 생기도록 실험 상자를 설계했어요. 초파리는 갑자기 생긴 그림자를 보면 포식자가 공격하는 것으로 착각해요. 그래서 도망치기 위해 빠르게 비행경로를 바꾸지요. 연구팀은 1초에 7500장의 사진을 찍는 초고속 카메라를 이용해 초파리가 비행 방향을 바꿀 때의 모습을 반복해서 찍었답니다.

사진을 분석한 결과 연구팀은 초파리가 1초에 220번 날갯짓을 하며, 100분의 1초 만에 비행경로를 바꾼다는 사실을 알아냈어요. 이건 사람이 눈을 한 번 깜빡이는 속도보다 50배 이상 빠른 엄청난 속도예요. 더 놀라운 것은 초파리가 몸의 방향을 90° 이상 바꾸면서도 빠른 비행 속도를 유지했다는 사실이에요.

디킨슨 교수는 “초파리 날개에는 평형과 회전 등을 감지할 수 있는 특별한 기관인 ‘홀터스’가 있다”며, “홀터스를 비롯한 다양한 감각기관에서 정보를 수집하지만 결국 이 정보를 처리하는 곳은 뇌”라고 말했어요. 실제 초파리의 뇌는 소금 알갱이만큼 작아요. 디킨슨 교수는 초파리의 행동과 뇌의 변화를 동시에 관찰하는 연구도 진행 중이랍니다. 연구팀이 밝혀낸 초파리의 능력을 비행기에 활용하면 위급상황에서 비행 방향을 빠르고 안전하게 바꿀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할 수 있어요. 또한 실제 초파리만큼 작은 로봇을 개발하는 데도 중요한 정보가 된답니다.

손가락 꺾으면 나는 ‘뚜두둑’ 소리의 정체

손가락을 잡아당기거나 꺾을 때 나는 소리를 연구한 과학자들도 있어요. 캐나다 앨버타대학교 재활의학과의 그레고리 카우추크 박사 연구팀은 손가락 관절에서 ‘뚜두둑’ 하는 소리가 어떻게 나는 것인지 알아보기 위해 자기공명영상(MRI)을 이용했어요.

자기공명영상은 커다랗고 강한 힘을 지닌 자석이 순간적으로 강한 전자파를 발사하도록 만든 장치예요. 전자파가 몸에 흡수됐다가 다시 방출될 때의 신호를 계산해서 몸속의 모습을 보여 주지요. 연구팀은 손가락을 잡아당기면서 손가락 내부의 변화를 자기공명영상으로 촬영했어요. 그리고 이 영상을 분석해 소리의 정체를 알아냈답니다.

손가락 관절을 잡아당기면 처음엔 관절이 늘어나면서 버티지만, 나중에는 관절 표면이 벌어지면서 관절 속에 빈틈이 생겨요. 그리고 이 빈틈에 순간적으로 ‘활액’이 밀려 들어와요. 활액은 관절이 서로 부딪히면서 생기는 충격을 줄여 주는 미끌미끌한 액체예요. 그런데 갑자기 생긴 넓은 빈틈을 활액이 모두 채울 수 없어 공기가 함께 밀려 들어온답니다. 바로 이때 ‘뚜두둑’ 하는 소리가 나는 거예요.

이번 연구 결과로 손가락 관절 사이의 공기가 빠져나가면서 소리가 난다는 상식이 뒤집혔어요. 또한 습관적으로 손가락 관절을 여러 번 꺾더라도 관절에 상처가 생기지 않는다는 사실도 밝혀졌답니다.
 

강철보다 20배 강한 인공거미줄

강철보다 강도가 20배 뛰어난 인공거미줄이 개발됐다. 독일 바이로이트대학교 토마스 샤이벨 교수 연구팀은 사람을 비롯한 동물의 장 속에 사는 대장균에 거미의 유전자를 결합시켰다. 그 다음 대장균이 만들어낸 단백질을 얼린 뒤 건조시키고, 이를 알코올이 섞인 물에 통과시켜 실처럼 가느다란 모양의 인공거미줄을 만들었다. 샤이벨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인공거미줄은 실제 거미줄과 마찬가지로 같은 무게인 강철보다 강도가 20배 더 뛰어나다”며, “자동차 에어백 등을 만드는 데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마이크로 단위까지 더 자세하게!

다음은 평소에 느끼는 사소한 불편이나 미세한 오차를 과학으로 해결한 연구 사례들을 만나 볼 차례야! 나노미터에서 마이크로그램까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의 미세한 변화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을 만나러 출발~! 엥~.

뜨거운 라면 먹을 때도 김서림 걱정 없는 안경


뜨거운 음식을 먹을 때, 찜질방에 들어갈 때 등 안경을 쓴 사람이라면 시야가 뿌옇게 된 경험을 했을 거예요. 김이 서리기 때문이지요. 김은 수증기가 낮은 온도의 공기와 만나면서 아주 작은 물방울로 변한 것을 말해요. 즉, 렌즈에 작은 물방울들이 달라붙어 안경이 뿌옇게 된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김서림이 없는 유리를 만드는 기술이 개발됐어요.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문명운 박사 연구팀이 그 주인공이랍니다.

연구팀은 유리 표면에 1㎛(마이크로미터 : 100만분의 1미터) 두께로 유리를 이루는 주재료인 이산화실리콘을 코팅했어요. 그리고 이 유리를 금속판 위에 올려놓고 *플라즈마 상태의 불소와 탄소가 결합한 CF4(사불화탄소) 가스를 불어넣었어요. 그러자 금속판에서 금속입자들이 유리 표면 곳곳으로 올라와 달라붙었지요. 그리고 나서 금속판에 마이너스 전압을 주자, 플라즈마 CF4가스에서 나온 불소 이온이 유리에 달라붙으면서 유리가 부식됐어요.

그런데 금속입자가 달라붙은 곳은 금속이 방패 역할을 해서 부식 속도가 아주 느려요. 그 결과 금속입자가 달라붙어 있는 곳이 약 100nm 지름의 돌기가 된답니다.

문명운 박사는 “기존 김서림 방지 유리는 일반 유리에 6~7겹으로 코팅을 해서 만들었는데, 표면이 잘 벗겨져서 수명이 짧았다”며, “이번에 개발된 유리는 간단하고 친환경적”이라고 말했어요.

이렇게 만들어진 유리는 물방울이 맺히는 일반 유리와 달리 물에 잘 젖지 않고, 젖더라도 얇게 퍼져서 시야를 가리지 않아요. 작은 돌기가 표면적을 넓혀서 물방울이 달라붙더라도 최대한 얇고 넓게 퍼지기 때문이지요. 김서림이 없는 유리는 짙은 안개에도 끄떡없기 때문에 무인자동차에 쓰이는 카메라 렌즈 등을 만드는 데 활용할 수 있답니다.
 

* 플라즈마 : 아주 높은 온도에서 음전하를 가진 전자와 양전하를 띤 이온으로 분리된 기체 상태.

100만 분의 1 오차도 잡아낸다!

지난 4월 28일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서는 우리나라에 있는 국가질량원기의 질량이 달라졌다고 발표했어요. 국가질량원기란 1kg의 기준이 되는 물체를 말해요.

원기에 변화가 생긴 이유는 전세계 단위를 유지하는 기관인 국제도량형국에 있는 질량표준기의 질량이 달라졌기 때문이에요. 국제질량원기는 국가질량원기와 마찬가지로 백금 90%, 이리듐 10%로 만들어진 금속 추예요. 금속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서 산화, 마모 등의 이유로 질량에 변화가 생길 수 있어요. 그래서 1901년 만들어진 국제질량원기는 지금까지 단 4번만 금고 밖으로 나왔어요. 5년마다 각 국가의 원기 질량을 점검할 때는 국제질량원기와 똑같이 만든 복사본이 사용되었지요.

그런데 올해 4월, 복사본 원기 5개의 질량을 재본 결과 각각 다른 값으로 줄어 있었어요. 우리나라는 2012년에 국가질량원기 복사본으로 점검했기 때문에 복사본의 오차인 36㎍만큼 질량 값을 빼야 했어요. 그 결과 우리나라 국가질량원기의 질량은 ‘1kg + 485㎍’에서 ‘1kg + 449㎍’이 되었답니다.

박연규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박사는 “마이크로그램 단위의 오차는 미세하기 때문에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없지만, 우주과학 등 정밀한 측정이 필요한 산업에서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어요. 또한 “질량을 이용해 유도되는 힘, 압력 같은 단위에도 오차가 생길 수 있어, 질량의 표준을 명확하게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어요.

한편 전세계 과학자들은 영원히 변하지 않는 질량의 기준을 정의하기 위해 전자기력과 중력을 이용해 질량을 재는 와트 저울을 개발 중이랍니다.
 

이제 초파리인 내가 조금 달라 보인다고? 후훗! 친구들도 사소한 일상 속 과학을 찾는다면 언제든 사소 요정을 불러 줘~! 그럼 그때 다시 만나~! 엥~!

글 : 이혜림 기자 pungnibi@donga.com
도움 : 문명운
도움 : 박연규
도움 : 김동민
도움 : 마이클 디킨슨
도움 : 그레고리 카우척
일러스트 : 이창섭
어린이과학동아 2015년 1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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