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렁홈즈의 만우절 가짜 대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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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 생활을 접고 농부가 된 썰렁홈즈 앞으로 편지 한 통이 배달됐다.
“썰렁홈즈! 지금 한가로이 농사나 짓고 있을 땐가? 세계는 지금 가짜들의 물결에 휩싸여 있다네. 우리 탐정들이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지 못할 정도로 진짜 같은 가짜가 판을 치고 있단 말일세. 게다가 곧만우절이라네. 가짜들이 더욱 기승을 부릴 텐데 도대체 이를 어쩌면 좋겠나? 난 자네만 믿겠네.-세계탐정협회 회장-”
이런! 썰렁홈즈가 탐정 일을 쉬는 사이 가짜가 판치는 세상이 되다니! 썰렁홈즈는 결심했다.
“가짜들! 너희들의 가면을 철저하게 벗기고야 말 테다!”


M I N I
가짜는 따라올 수 없는 미니의 힘


작게 만들면 가짜를 잡을 수 있다! 오히려 크게 만들어야 눈에도 잘 띄고 가짜도 막을 수 있지 않겠냐고?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 진짜와 가짜를 구별할 수 있도록 작게~작게~, 또 작게 만드는 기술이 이미 여러 곳에서 사용되고 있다.
일단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지폐부터 살펴보자. 만 원권 세종대왕 옆의 붉은 태양 안에는‘10000’이라는 숫자가, 뒤쪽 혼천의 부분에는‘bank of korea’라는 글자가 보인다. 맨눈으로 볼 수 없는 이러한 미세문자들은 돋보기를 들고 자세히 봐야 겨우 볼 수 있다. 만약 가짜 돈을 만들기 위해 복사를 하게 되면 이런 문자들은 너무 작기 때문에 문자로 인쇄되지 못하고 그저 작은 점으로 뭉쳐진다.
미니의 기술은 가짜 옷을 가려 내는 데도 유용하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학교 후안 하인스트로자 교수는 가짜를 방지하기 위해 두께가 약 150나노미터, 즉 머리카락 굵기의 8백분의 1 정도밖에 되지 않는‘에일리언 나노섬유’를 만들었다. 모양이 외계인 같다고 해서 이름 붙은 이 섬유는 안에 진짜임을 증명할 전자 정보를 마음대로 담을 수 있다. 즉 옷에 바코드를 대고 삑~ 찍기만 하면 진짜인지 알아 낼 수 있는 것!
작년 9월 IBM사에서 개발한 최첨단 인쇄 기술도 놀라운 미니의 힘을 보여 준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지름이 60나노미터 정도밖에 안 되는 작은 입자를 이용해 원하는 무늬를 마음대로 찍어 낼 수 있다. 그만큼 만들기가 어렵기 때문에 이 기술로 수표나 옷에 그림을 찍으면 아무나 쉽게 따라할 수 없는 옷과 수표를 만들 수 있다.
 
왼쪽의 나노입자를 이용해 오른쪽 같은 멋진 무늬를 만들어 낼 수 있다.왼쪽의 나노입자를 이용해 오른쪽 같은 멋진 무늬를 만들어 낼 수 있다.

LIGHT
빛으로 진짜가 빛난다


빛은 물체의 특성에 따라 특정한 파장만 흡수되고 반사되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이를 이용해 가짜와 진짜를 구별할 수 있다.
빛이 맹활약하고 있는 곳 중 하나는 바로 보석상! 겉보기엔 쌍둥이처럼 똑같지만 값어치는 너무나 다른 진짜 보석과 가짜 보석. 이빨로 깨물어 봐도 도저히 가짜를 알아 낼 수가 없다. 그래서 가짜를 구별하는 빛의 놀라운 힘이 필요하다.
빛의 일종인 레이저를 다이아몬드에 쪼여 주면 빛은 여러 곳으로 반사된다. 다이아몬드 속에 들어 있는 물질의 성질과 위치가 서로 약간씩 다르기 때문이다. 이 빛을 분석해 보면 여러 가지 빛 가운데 약간 다른 색의 빛이 아주 조금 섞여 있는 걸 볼 수 있다. 이 빛은 진짜 다이아몬드에서만 나타나는 것으로, 진짜와 가짜에 각각 레이저를 쏘아 이 빛을 비교해 보면 가짜를 쉽게 잡아 낼 수 있다.
이와 비슷한 원리로 가짜 약과 가짜 휘발유도 잡을 수 있다. 진짜 약은 표면의 코팅 층두께와 내용물의 가지런한 정도가 일정하게 정해져 있다. 그래서 레이저를 쏘아 보면 두께와 가지런한 정도에 따라 빛이 반사되고 투과되는 정도가 일정하다. 하지만 가짜 약은 이 정도가 다 다르기 때문에 가짜라는 걸 쉽게 구별할 수 있다. 가짜 휘발유의 경우에는 적외선을 이용한다. 가짜에는 진짜와 달리 여러 가지 물질들이 섞여 있기 때문에 적외선이 휘발유에 투과되는 정도가 조금씩 다르다. 그러므로 이 적외선 값만 분석하면 가짜를 잡아 낼 수 있다!
 
레이저를 쏘는 특수 기계를 이용하여 가짜 다이아몬드를 구별하고 있는 모습.레이저를 쏘는 특수 기계를 이용하여 가짜 다이아몬드를 구별하고 있는 모습.


썰렁홈즈, 잘있었는가?
썰렁홈즈! 요즘 가짜를 잡아 내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들었네! 내가 누군가? 자네의 베스트프렌드 아닌가? 그래서 가짜 돈을 구별하는 데 도움이 되고자 이렇게 편지를 보내네.
우리나라 지폐를 보면 홀로그램 스티커가 붙어 있네. 반짝반짝하니 아름답게 보이는 이 홀로그램은 하나의 그림이 여러 개로 보이는 기술이네. 아무나 따라할 수 없는 위대한 위조방지 기술이지.
그 원리는 이렇네. 빛은 어딘가에 부딪히면 반사되는 성질이 있는데, 표면을 울퉁불퉁하게 만들거나 특별한 처리를 하면 빛이 여러 방향으로 반사가 된다네. 이렇게 각 빛이 반사되는 방향에 따라 특정한 그림이나 문자를 넣어서 만들면 보는 방향에 따라 다른 그림이 보이게 되는 거라네.
그림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 홀로그램도 있네. 스웨덴의 1000크로나 지폐에 있는 홀로그램은 지폐를 이리저리 움직이면 안에 있는 글자와 그림이 그네를 타는 것처럼 위아래로 움직인다네. 이것은 지폐 안에 마치 빈 공간이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기술로, ‘모션’이라고 한다네.
모션 층에는 아주 작은 마이크로렌즈 수십 만 개가 주르륵 붙어 있다네. 이 마이크로렌즈들은 빛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반사돼, 보는 각도에 따라 보이기도 하고 안 보이기도 한다네. 이를 잘 배열하면 지폐를 흔들 때마다 글자들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게 할 수 있다네. 곧 나올 미국의 100달러짜리 지폐에도 이 기술이 들어갈 예정이라고 하네.
 
▲ 만 원짜리 지폐에 쓰인 홀로그램. 지폐를 요리조리 기울이면 10000, 사괘, 우리나라 지도를 볼 수 있다.▲ 만 원짜리 지폐에 쓰인 홀로그램. 지폐를 요리조리 기울이면 10000, 사괘, 우리나라 지도를 볼 수 있다.


COLOR
자신만의 색깔이 없으면 가짜


알록달록 아름다운 색깔. 단순히 보기에 예쁘라고 있는 걸까? 오~ 노! 색깔이 변하는 것을 이용해 가짜를 물리칠 수 있다구!
이를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건 역시 지폐! 지폐의 아래쪽에는 각 지폐의 값어치를 나타내는 숫자가 적혀 있는데, 이 숫자를 잘 보면 보는 각도에 따라 두 가지의 색깔이 나타난다. 이렇게 보면 초록색 저렇게 보면 금색으로도 보이는데, 그 이유는 바로 빛을 반사하는 특성이 다른 물질들로 만들어진 색변환잉크 덕분이다. 그래서 정면으로 봤을 때는 초록색을 반사하는 잉크입자들이 보이고, 각도를 조금 달리하면 금색을 반사하는 잉크입자들이 보이게 되는 것. 보는 각도에 따라 알록달록하게 보이는 진주조개 껍데기 안쪽과 같다고 생각하면 쉽다. 이 색변환잉크는 복사나 스캔을 하면 한 가지 색깔로만 나타나기 때문에, 진짜와 가짜를 금세 구별할 수 있다.
이를 뛰어넘어 보는 각도에 따라 색깔이 점점 옅어지거나 점점 진해지면서 색깔이 달라지는 잉크도 있다. 기존 색변환잉크는 잉크입자들이 가로로 누워 있어 한 번에 한 색깔씩 모두 두 가지 색깔이 보이게 되는데, 새로운 잉크는 잉크입자들이 세로로 서 있어 보는 각도에 따라 색깔이 서서히 옅어지거나 진해진다. 이 잉크는 예전 것보다 훨씬 어렵고 복잡한 기술이라고 한다. 흠~, 혹시 새로 나올 십만 원권 지폐에 이 기술이 사용될 수도 있지 않을까?
 
특정 파장의 빛을 쬐면 색깔이 나타나는 형광잉크를 이용해서 가짜를 물리칠 수도 있다. 형광잉크를 사용한 종이는 복사하거나 스캔해도 형광잉크까지 복사되지 않기 때문이다. 특정 파장의 빛을 쬐면 색깔이 나타나는 형광잉크를 이용해서 가짜를 물리칠 수도 있다. 형광잉크를 사용한 종이는 복사하거나 스캔해도 형광잉크까지 복사되지 않기 때문이다.

한편 독일에서는 색깔이 달라지는 색소를 이용해 가짜를 막고 있다.
여기에 사용된 색소는 식물의 광합성에 사용되는 색소 가운데 하나인 ‘박테리오로돕신’으로, 원래는 자주색이다가 빛을 받으면 노란색으로 변한다. 즉 이 색소를 입힌 종이나 필름은 처음에는 자주색을 띠고 있지만 위조를 하기 위해 칼라복사기나 스캐너에 넣고 복사하게 되면, 노란색으로 변하는 것! 복사기와 스캐너에서 나오는 밝은 빛이 일시적으로 종이와 필름을 노랗게 만들기 때문이다. 즉 색깔의 변화로 위조 여부를 알 수 있는 셈이다.
 
박테리오로돕신으로 만든 자주색 필름에 빛으로 선을 그렸더니 노란색으로 변했다.박테리오로돕신으로 만든 자주색 필름에 빛으로 선을 그렸더니 노란색으로 변했다.


과학의 힘으로 열심히 가짜를 구별한 썰렁홈즈. 너무나 뿌듯한 마음에 세계탐정협회 회장에게 즉시 전화를 걸었다. 오잉~, 그런데 이게 뭔일?
회장님은  편지를 기울여 보라는 한 마디만한 채, 냉큼 전화를 끊는다. 불길한 마 음으로 편지를 기울여 보는 썰렁홈즈. 그만 뒤로 나자빠지고
마는데….
사실 이 편지는 홀로그램으로 쓴 편지로 비스듬히 기울이면 다른 글자는 모두 사라진 채, ‘속았지? 메롱!’이라는 글자만 보이는 장난편지였던
것이다. 만우절을 맞이해 뭔가 건수를 노리던 회장님이 썰렁홈즈에게 장난을 친것. 만우절 장난 편지 덕분에 오랜만에 출연하게 된 썰렁홈즈와 회장님, 어쨌거나 가짜도 잡고 출연료도 챙겼다~! 이만하면 미션 대성공!

 

글 : 김맑아 기자
글 : 김석
도움 : 지우행 주임연구원
도움 : 한미보 석감정원
어린이과학동아 2008년 07호